달빛야화에서 들려드리는 그때 그 시절 이야기

한 선비가 깊은 골짜기를 지나고 있었다.
"이번에도 낙방하면 이제 그만두어야겠다."
칠전팔기라는 말은 있어도 팔전구기라는 말은 없는데, 장씨 성을 가진 선비는 그동안 과거에 여덟 번을 낙방하고 이번이 아홉 번째였다.
집을 떠나올 때 동구 밖까지 따라 나온 아내에게 말했었다.
"이번에도 낙방하면 농사라도 지어 더 이상 고생시키지 않겠소."
시집와서 지금까지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삯바느질에다 허드렛일까지 마다하지 않는 아내를 더는 볼 낯이 없는 까닭이다.
벌써 여덟 번이나 걸어 익숙한 길이지만 산이 험준하고 골짜기가 깊어 길을 잃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싹 차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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