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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이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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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스님의 스토리텔링

지난 가을 망월사에서 영산전 철야 기도를 하는데 서울에 사시는 김선생님 부부가 찾아오셨습니다. 도봉산에 올라 커다란 바위 위에서 산아래를 굽어보던 차에 김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십니다.

“요즘에는 스님이 예전에 말씀하신 ‘눈앞이 따라다닌다’ 라는 말을 화두삼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눈앞이 따라다닌다.’ 절집에 들어와 수행하면서, 세계 일주를 하면서, 이래저래 살아가면서 이런 느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무언가가 저를 계속해서 따라다니고 있는데, 그게 뭔지를 몰랐습니다. 모양도 없고 흔적도 없는 그 무언가가 계속해서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그게 뭔지를 몰라 나중에는 이러한 식으로 정리했습니다.

‘같이 움직이고 있구나. 이 전체가 함께 움직이고 있는 거구나.’

세계 일주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던 때도 그러했습니다. 2년여 간의 다사다난했던 세계 일주를 마치고 인천공항에 들어오는 그 순간에도, 출국장을 나서 내딛는 첫 걸음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세계 일주라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을 그나마 원만하게 끝내었다면, 세계 일주가 종결이 되는 그 순간에, 나름의 특별한 감정이나 느낌이라도 들어야 할 것이었습니다. 세계 일주를 잘 끝냈다는 안도감 이라든지, 긴 여정을 드디어 마쳤다는 성취감 같은 것들 말이지요.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그 어느 감정도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냥 똑같았습니다. 그 어떤 특별한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문제라도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귀국일에 뉴욕 JFK 공항으로 지하철을 타고 갈 때나, 한국에 돌아와 공항 리무진을 타고 서울 야경을 바라볼 때에도, 이렇다 할 만한 감정과 느낌이 없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을 나중에서야 정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눈앞’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눈앞이기에 똑같았고, 눈앞이기에 변함이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과 내용물은 달랐습니다. 뉴욕과 서울이 달랐고, 시간도 달랐고, 보이는 사람들도 달랐으며, 들리는 말들도 달랐고, 공기의 흐름도 달랐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달랐음에도 다르지 않은 게 있었습니다. 눈앞이 그대로 똑같고, 눈앞이라는 전체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귀국 후, 울산에 계신 사형스님을 만나 경주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길이었습니다. 차 안에서 사형스님이 세계 일주의 소감을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 오랜 기간 동안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고, 수많은 일을 겪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는데도, 종국엔 그 어느 한 곳도 돌아다닌 것도 경험한 것 같지도 않다고 말입니다. ‘눈앞으로 똑같은 것 같다’고 말입니다. 사형스님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 하시며 더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조용히 경주의 밤길을 달렸습니다.

인도의 성자 라마나 마하리쉬가 말했습니다.

“오는 것은 오게 놓아두고, 가는 것은 가게 놓아두어라. 그리고 변함없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라.”

눈앞은 그렇게 여전한 것입니다.

#질문이멈춰지면스스로답이된다 에서 발췌

posted by cydwybod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