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 처음부터 다시 듣기

느린 오후였다. 창밖의 빗소리가 적막을 틈타 저택 곳곳에 숨어들었다. 남자는 희끗한 머리칼을 막 단정히 빗어낸 참이었다. 오, 휴식이라곤 모르는 내 사랑. 낡은 농담 하나가 스쳤다. 남자는 고개를 내려 나직이 웃었다. 무어라 대꾸하는 듯했으나 빗소리보다 작았다. 깨끗한 구둣발이 응접실을 가로질러 주방으로 향했다. 포트에서 물이 막 끓고 있었다. 그는 허공을 향해 눈짓했다. 그런 다음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 한 세트와 머그잔 하나를 꺼냈다. 남자는 머그잔에 물을 붓고 티백 하나를 먼저 뜯었다. 달큰한 향기가 금세 공기 중으로 퍼져나갔다. 난 말린 잎으로 들겠소. 녹슨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였다. 황동 장식이 달린 트레이에 찻잔 하나와 머그잔 하나, 그리고 포트가 열을 맞춰 올랐다. 남자는 여인을 에스코트하듯 몸짓했다. 이윽고 구둣발 소리 하나가 복도를 따라 멀어져갔다.



비오는 오후, 적막한 저택 안 재단사의 작업실, 수십가지 소재의 옷감 견본을 연구하는 재단사, 옷감의 특성을 연필로 적어내는 소리, 줄자를 펼치는 소리, 옷감을 가르는 가위질 소리, 물을 뿌려 방수 소재를 직접 테스트하는 소리, 가끔씩 차를 마시는 소리...



* * *

냐하!
언제 들어도 차분해지는 빗소리로 인사드려요.

이사 준비로 어린애처럼 들뜬 참이었는데,
편집하는 내내 빗소리와 피아노 음악을 들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착 가라앉지 뭐예요!

효과는 굉장했다!

마음이 부산스러운 날,
별 것도 아닌 일에 속 끓이는 날이면
영상 속 재단사와 차 한잔 어떠세요?

껄껄껄..



* * *

*관련 문의가 많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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