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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이 훌쩍 지난 시각,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위즐리 마법부 장관의 집무실, 야근을 마친 직원이 노크를 하고 들어와 서류 더미를 넘겨주고 도망치듯 떠나는 소리, 복도에서 마지막 직원들 무리마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나는 소리, 혼자 남아서 일을 보는 헤르미온느, 마법에 걸린 깃펜이 저절로 끼적이는 소리, 이따금씩 열리고 닫히는 서랍과 캐비닛, 재만 남은 벽난로가 타오르는 소리...

"또 야근하시려고요?"

델피나 라곤이 까만 하이힐을 고쳐 신으며 다그치듯 물었다. 그녀는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위즐리 장관의 유능한 비서이자 오랜 친구로, 유일하게 잔소리를 늘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심지어 장관의 남편조차 일에 파묻혀 사는 그녀를 나무라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그래요. 즐거운 주말 보내요!"
"어제랑 말이 다르잖아요. 어젠 분명 '야근은 오늘로 끝이니 그런 줄로 아세요'라고 으름장을..."

델피나의 말꼬리가 흐려졌다. 줄곧 책상 위의 서류 더미 위로 향해 있던 장관의 눈초리가 매섭게 변한 까닭이었다.

"무, 뭐, 상황이야 변하기 나름이긴 하니까. 이해해요. 하지만, 친애하는 그레인저 위즐리, 부디 오해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요."
"그게 무슨 말이든 내가 듣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을 텐데요?"

참다 못한 헤르미온느가 톡 쏘아붙였다. 그녀는 납작한 플랫 슈즈의 구두코를 양탄자 바닥에 딱딱 두드리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델피나는 약간 주춤했으나 기세를 굽히지는 않았다. 그녀가 어깨를 쭉 펴자 감색 로브에 매달린 은빛 브로치 위의 장미가 번쩍거렸다.

"세상엔 일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어요, 헤르미온느!"
"오! 고마워요. 이제 됐죠? 안녕히."

헤르미온느가 얼른 비꼬았다. 그녀는 단 일 초 정도 다정하게 웃고는 다시 정색을 하며 서류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가엾은 로널드."

델피나의 도발에도 헤르미온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잔소리라면 이골이 날 지경이었던 것이다. 벌컥! 헤르미온느가 지팡이도 없이 손가락만을 움직여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좋아요. 어디 마음껏 일해보라고요. 혹시 알아요? 오늘밤 술 취한 로널드의 앞에 아름다운 빌라 하나가 나타나 그의 슬픔을 매만져 줄지..."
"델피나 라곤!"
"알았어요, 알았어. 그럼 나 먼저 가요!"

헤르미온느가 사납게 콧김을 내뿜자, 델피나는 그제야 종종걸음으로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쿵! 집무실의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모든 소음이 사라졌다. 헤르미온느는 가늘어진 눈초리로 닫힌 문을 불만스럽게 노려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책상 위에 있던 수동식 깃펜 한 자루를 집어들었다(그녀가 만든 자동식 깃펜은 그녀가 틈틈이 작성한 논문의 초고를 벌써 아홉 시간째 고쳐 쓰고 있었다). 그리고는 못내 마음이 쓰인다는 듯이 짧은 편지를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로니에게— 오늘은— 정말로— 자정 전에 들어갈게—









* * *




예...

몇몇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해리포터 시리즈 N번째 정주행 중입니다
(해리포터 영상이 자주 올라오는 EU)
다시 읽어도 참 진짜 짱 재밌고 감동적이고 크..
다 읽고 나면 개정판도 도전할거예요!!!



* * *
*관련 문의가 많아 덧붙입니다.
위 글은 '해리 포터'를 원작으로 직접 쓴
창작글이며 무단 배포/복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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