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mimosa vinyl. 입니다.
오늘은 연말에 어울리는 화려하고 즐거운 분위기의,
영화 [바빌론] 속 음악들을 소개드립니다.

[라라랜드], [위플래시]로 유명한 데미언 셔젤 감독의 작품인데요.
1920년대 무성영화의 시대가 저물던 격변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감독이 영화 그 자체에 지닌 열렬한 애정과 찬사를 보여줍니다.

셔젤과 [위플래시] 부터 쭉 함께 일해온 최고의 파트너,
저스틴 허위츠가 이번에도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는데요.
광기, 열정, 판타지, 눈물, 모두의 꿈이 한 데 뒤엉킨
할리우드의 번영과 몰락을 과감한 음악으로 표현합니다.


처음 극장에서 개봉했을 당시
학부 시절 영화사 수업을 다시 듣는 기분으로
참 애틋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봤던 작품입니다.

무성영화와 함께 화려한 유명세를 떨쳤던 배우들은
1930년대 유성영화의 도입과 함께 빠르게 몰락합니다.

격변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 제작자들의 모습은
무너질 듯 위태로운 '바빌론'의 모습을 연상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저를 감동케 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반짝이던
등장인물들의 영화를 향한 열정이었는데요.

영화를 사랑한다는 순수한 마음 하나만으로
수백의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리며
각자 다른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걸 보며,

저는 허구의 필름을 보는 게 아닌
유구한 영화사의 한 장면을 목도하고 있다는
경건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마지막 엔딩 장면이 참 임팩트있었죠.
(조금 과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영화의 탄생부터 현재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의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가며,
매니의 얼굴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는데요.

이는 타인의 꿈과 열정을 목격한 이의 감동이자,
허무하게 스러진 영화인들을 향한 그리움이자,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영화를 향한
셔젤 감독의 행복한 짝사랑을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방식으로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부럽다,
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유성영화의 변화에 적응한 이들은
오래오래 살아남았을까요?

컬러필름의 도입으로,
디지털카메라의 발명으로,
OTT의 등장으로,
위기는 이름만 바꿔 영화계를 찾아올 것이고
바빌론의 사람들은 그럼에도 계속 탑을 오르려 하겠지요.

그리고 그 모든 노력의 순간들은 영화로 기록되어
언제라도 재생하면 우리 눈 앞에 몇 번이고 살아납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이 채널을 찾아주셔서
그 어떤 때보다 벅차고 감사한 한 해를 보냈는데요.

엔딩 크레딧 후에 기다리겠다는 저의 소개글처럼,
음악과 함께 영화를 오래 기억하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 ❤



[BABYLON]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2022): Justin Hurwitz
[바빌론], 2022, 데미안 셔젤 감독,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브래드 피트, 리 준 리 외
TVING / WAVVE / 쿠팡플레이 / 네이버 시리즈온 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