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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을 눈앞에 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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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스님의 스토리텔링

《장자(莊子)》 내편(外篇) 〈대종사(大宗師)〉편에는 장천하어천하(藏天下於天下), 즉 ‘천하에 천하를 숨기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배를 골짜기에 감추고, 산을 연못에 감추고서는 그것으로 든든하다고 한다. 하지만 한밤중에 힘센 사람이 갖고 달아나도 어리석은 사람이 알 리가 없다. 큰 것과 작은 것을 감추는 데는 마땅한 곳이 있으나, 여전히 어디론가 갖고 달아날 데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천하를 천하에 감추면 달리 달아날 데가 없다. 이것은 항상 만물에 통하는 위대한 진리다.

夫藏舟於壑, 藏山於澤, 謂之固矣. 然而夜半有力者負之而走, 昧者不知也. 藏小大有宜, 猶有所遯. 若夫藏天下於天下而不得所遯, 是恒物之大情也.

모양과 크기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배든 산이든, 이보다 더 큰 것에 숨길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라도 잃어버릴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천하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때 천하는 세상 전체이자 크나큰 진리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천하가 너무나도 커서 그만 숨길만한 곳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 전체이자 진리 그 자체는 모양이나 크기가 없기에 모양과 크기로 한정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묘안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천하를 천하에 감추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그 누구도 이 천하라는 진리를 천하 자체에 감춰뒀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천하를 천하에 숨겼으니, 이 천하가 달아난다거나 천하를 잃을 걱정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천하를 천하에 감춘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탁월한 묘안이어서 스스로 감탄하고야 말았습니다.

눈앞도 그러합니다. 눈앞이라는 진리는 모양과 크기가 없어서 그 어딘가에 감출래야 감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눈앞을 눈앞에 감춘다면, 그 누구도 이 눈앞을 훔쳐갈 수가 없을 뿐더러, 이 눈앞을 잃을 염려도 없게 됩니다.

눈앞이 이렇습니다. 눈앞은 눈앞으로 숨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눈앞이 정말로 숨겨져 있는가요? 이미 이렇게 환하게 열려있는 전체가 바로 눈앞 아니던가요? 그런데도 우리는 눈앞을 눈앞에 두고도, 그렇게 눈앞으로 놓치고 있지 않은가요?

눈앞은 이미 오래전부터 눈앞으로 있어왔습니다. 결코 감출 수도 없는 진리와 잃을 수도 없는 천하가 그렇게 시작도 끝도 없는 확연한 눈앞으로 와 있다는 것입니다.

[본 영상은 2019년 12월 교보문고 초청강연 영상입니다]

#교보문고초청강연 #질문이멈춰지면스스로답이된다 #원제스님

posted by cydwybodrf